일본인 외향성
최근 일본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본인들의 성격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활동하는 성향을 나타내는 외향성이 2010년 이후 점차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연합뉴스도 9월 22일 이 내용을 소개하면서 일본에서 내향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요즘 일본 사람들은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정도로 이해하기에는 조금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인의 외향성이 실제로 낮아졌을까?
이번 연구는 일본의 여러 연구에서 조사된 성격 데이터를 모아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한 방식입니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21년 사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48개 연구, 총 48,90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인의 외향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외향성은 사람마다 다른 성격 특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편인지 등을 살펴볼 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외향성이 낮아졌다는 것은 단순히
“일본 사람들이 모두 내향인이 됐다”
는 뜻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성격 특성의 평균적인 변화가 관찰됐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연구 자료를 보면 외향성 점수는
2010~2015년 평균 4.05점
에서
2016~2021년 평균 3.82점
으로 낮아졌습니다.
1점에서 7점 사이의 척도를 사용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변화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의 데이터를 모아 시간에 따른 일정한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입니다.
또한 남성과 여성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외향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일본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이번 연구가 더 관심을 끄는 이유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방향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이 정리한 기존 연구에서는 미국과 중국 등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외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보고됐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반대 방향의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일본인의 ‘내향화’라는 이야기가 단순한 사회적 인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성격 데이터를 통해서도 일정 부분 확인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연구는 일본심리학회에서도 발표됐고, 이후 국제 학술지에도 연구 결과가 게재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인의 외향성이 낮아졌을까?
여기서부터는 조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 결과만 가지고
“경제가 어려워서 일본 사람들이 내향적으로 변했다”
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에서 직접 확인한 것은 외향성이 낮아지는 시간적 추세입니다.
그 배경에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연합뉴스가 소개한 일본 언론과 연구진의 분석에서는 일본의 장기적인 경제 상황과 개인주의 확산 등을 하나의 배경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과 사람들의 외향성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기존 연구도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본인의 외향성 감소가 경제침체 때문에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줬을까?
또 하나 언급되는 것이 개인주의입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개인의 선택과 생활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됐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주의가 반드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줄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주의 확산 = 내향인 증가
라고 단순하게 연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일본 사회의 가치관 변화와 성격 특성의 관계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SNS도 영향을 미쳤을까?
SNS 역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가 소개한 내용에서도 SNS 사용과 외향성의 관계에 대한 기존 연구가 언급됐습니다.
다만 이것 역시 일본인의 외향성이 낮아진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SNS가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줄였는지, 아니면 이미 변화하고 있던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SNS가 맞춰진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향인’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내향적이라고 해서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면서도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외향성은 이런 개인의 성격 특성을 통계적으로 측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결과를
“일본 사람들이 사람을 싫어하게 됐다”
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2010년 이후 외향성 점수가 낮아지는 장기적인 경향이 관찰됐다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자료는 2021년까지입니다.
따라서 2022년 이후 일본인의 외향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긴 기간의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진 역시 향후에는 더 장기적인 변화와 실제 행동을 나타내는 지표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눈에 정리
- 일본인의 외향성이 2010~2021년 사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됨
- 48개 연구, 총 48,905명의 데이터를 분석
- 외향성 평균은 2010~2015년 4.05점에서 2016~2021년 3.82점으로 감소
- 남녀 모두 비슷한 감소 추세가 나타남
- 일부 해외 연구에서 나타난 외향성 증가와는 다른 방향
- 경제 상황과 개인주의 등이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으로 확정된 것은 아님
- 2021년 이후의 변화는 추가 연구가 필요함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일본인은 원래 내향적이다’라는 오래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통해 시간에 따른 변화가 관찰됐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일본 사회의 인간관계와 소비문화, 1인 생활, SNS 이용 방식 등이 어떻게 변해갈지도 함께 지켜볼 만한 부분입니다.
※ 이 글은 2026년 9월 22일 연합뉴스 보도와 일본심리학회·J-STAGE·아오야마가쿠인대학 등 공개된 연구 자료를 교차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과 연구진·언론이 제시한 배경 분석은 구분해서 정리했습니다.